행진을 흥겹게 진두지휘하라!
퍼레이드 총감독
 

‘테마파크의 꽃’으로 불리는 퍼레이드. 화려한 의상을 입고 열정적인 춤을 추며 테마파크를 누비는 퍼레이드 공연을 보면 보는 사람도 덩달아 신이 난다. 이 흥겨운 퍼레이드는 어떻게 완성되는 걸까? 퍼레이드 행렬 뒤에서 그들을 지휘하는 퍼레이드 총감독을 만났다.

글 전정아·사진 오계옥, 마이에버스테이지

 

 

A부터 Z까지 퍼레이드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지휘자

퍼레이드 총감독은 테마파크, 지역 축제 등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퍼레이드를 설계하고 공연에 오르기까지 모든 제작 과정을 조율한다. 퍼레이드의 주제와 공연 시간, 진행할 공간에 따라 정확한 콘셉트를 잡는 것이 주 업무다.

콘셉트를 잡을 때는 퍼레이드를 관람하는 관객의 연령층과 성향 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콘셉트가 결정되면 그에 맞는 무대장치와 의상을 제작한다. 퍼레이드 카나 커다란 날개처럼 연기자가 몸에 지녀야 하는 ‘퍼핏(Puppet)’ 같은 대형 제작물부터 의상과 신발, 소품 등 세세한 부분까지 체크해야 한다.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댄서, 서커스 배우 등 연기자를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뒤에는 안무와 대사를 정해 연습한다. 이 모든 준비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한다. 공연하는 기간에도 끊임없이 모니터링을 하며 동선과 안무를 바꾸는 등 현장에서 생긴 문제를 수정, 보완해야 한다. 퍼레이드 총감독은 이 일련의 과정을 전부 이해하고, 각각의 업무를 조율해야 한다. 퍼레이드 한 건을 기획하고 진행하기까지 보통 1년 반에서 2년이 걸린다.

 

국내에선 아직 신직업, 전망은 맑음

해외는 퍼레이드가 활성화되어 있어 퍼레이드 기획자나 총감독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특히 국가가 주최하는 행사에서는 정부 측에서 퍼레이드 기획자를 초빙하기도 해 직업으로서도 인정받는 편이다. 그에 반해 국내는 상업적인 퍼레이드가 많지 않아 창업을 하기보다는 대부분 퍼레이드, 공연 관련 회사에 들어가거나 테마파크에 입사하는 경로를 택한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관련 직종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이고, 우리나라 역시 축제나 퍼레이드를 여는 행사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에 직업 전망은 밝은 편이다.

29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 경험

퍼레이드 총감독이 되기 위한 자격증은 따로 없다. 특정 학과를 전공할 필요는 없지만 퍼레이드의 주요소가 춤과 공연이기 때문에 공연예술학과나 연극·영화, 예술경영학과를 졸업하면 도움이 된다. 특히 퍼레이드는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므로 디자인 계통의 학과를 전공해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연극단, 테마파크 등에서 현장 경력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무 경험이 많을수록 연출력과 순발력 등 퍼레이드 총감독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의력과 상상력은 기본, 리더십은 필수

퍼레이드를 기획하기 위해선 창의력과 상상력이 기본이다. 퍼레이드 콘셉트와 어울리면서도 다양한 요소를 디자인하고 기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관객의 관심사를 알기 위해 트렌드를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 야외에서 진행하는 퍼레이드는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문제점을 발견하면 수차례 수정하는 경우가 있어 유연한 사고방식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퍼레이드당 200명 정도의 사람들과 일하기 때문에 그들을 총괄하기 위한 리더십은 꼭 갖춰야 한다.

 

어떻게 퍼레이드 총감독이 되었나요?
지금은 ‘에버랜드’로 부르지만 개장 당시에는 ‘자연농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예전에는 놀이시설이 얼마 없어 동물원에 가까웠죠. 제가 1991년 자연농원에 입사했을 때는 동물과 캐릭터 댄서 몇 명과 함께한 공연을 연출했습니다. 이후 5년 뒤 자연농원이 에버랜드로 이름이 바뀌면서 지금과 같은 테마파크로 콘셉트를 바꾸었어요. 그러면서 ‘퍼레이드’를 하기로 결정한 거죠. 당시 우리나라는 테마파크나 퍼레이드의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디즈니랜드를 벤치마킹해 퍼레이드를 기획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 후 에버랜드에서 진행하는 퍼레이드를 비롯해 그 밖에 다양한 퍼레이드를 진행하며 퍼레이드 총감독이라는 직업을 갖게 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퍼레이드가 있나요?
아무래도 가장 처음으로 진행한 퍼레이드인 ‘페이블 판타지 퍼레이드’가 기억에 남습니다. 1996년에 진행한 것인데, 오히려 지금보다 규모가 큰 퍼레이드였죠. <잭과 콩나무>, <타잔>, <오즈의 마법사> 등 동화 속 판타지 세상을 콘셉트로 한 퍼레이드였어요. 지금 사용 하고 있는 스피커는 그때 마련한 거예요. 진행 도로 역시 그때 조성 했고요. 아무래도 첫길을 트는 것이라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그만큼 가장 기억에 남네요.

퍼레이드 총감독만의 매력, 또는 고충이 있다면요?
퍼레이드는 일반 공연에 비해 규모가 크고, 장르가 달라 기획하는 재미가 있죠. 안무, 의상, 분장, 대사, 음악 등 다양한 부분이 모두 완벽

해야 퍼레이드가 성공적으로 완성됩니다. 그것을 총괄하는 것에는 부담도 따르지만 그만큼 보람이 커요. 하지만 화려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손이 많이 가는 사소한 업무가 정말 많아요. 공연 때마다 수정 사항이 발견되고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서도 틀을 바꾸고 개선해야 하니까요. 그날 일을 다음 날로 미루지 않고 해결해야 하는 이유죠.

퍼레이드 감독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퍼레이드 업계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하고 싶은 친 구들이라면 만화, 영화, 드라마 등을 가리지 않고 많이 보기를 추천 합니다. 보고 들은 것이 많을수록 시야가 넓어져 완성도 높은 작품 을 만들 수 있거든요. 물론 퍼레이드 감독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경쟁자는 많은데 문은 좁기 때문이죠. 하지만 테마파크와 퍼레이드는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고 길은 세계를 향해 뻗어 있습니다. 지금 퍼레이드 감독을 꿈꾸는 친구들의 마음속 퍼레이드가 어떤 음 악을 연주하고 어떤 춤을 추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BONUS
퍼레이드 총감독을 돕는 전문가들 모여라!
‘퍼레이드’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음악에 맞춰 추는 칼군무, 멀리서도 보이는 화장,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화려한 의상? 퍼레이드를 완성하는 데 꼭 필요한 안무, 분장, 의상팀을 만나 직접 물었다.

 

반짝반짝 화려한 의상으로 시선 집중!
퍼레이드 의상은 주로 오전, 오후 공연용 의상과 야간 공연용 조명을 장착한 전식의상으로 나뉜다. 의상팀은 이 의상들을 제작하고 관리한다. 퍼레이드당 같은 의상을 1년가량 입기 때문에 무엇보다 내구성이 좋은 원단을 사용하고, 보수와 세탁 등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한다. 의상을 입은 연기자들의 요구에 따라 고쳐야 할 점은 계속 개선한다.

퍼레이드 의상감독이 되려면?

의상, 의류학과를 졸업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나는 전기 분야를 공부해 전식의상을 담당하게 됐다. 전식의상을 관리하려면 전기기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직업의 장단점이 있다면?

의상 관리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많아 지루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의상에 관한 관객들의 반응이 좋을 때 더없이 만족감을 느낀다. 아마 퍼레이드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퍼레이드 의상감독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퍼레이드 의상은 보통 의상과는 달리 신경 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성격이 꼼꼼해야 한다. 무대 공연용 의상과 거리 행진 의상의 매뉴얼이 다르고, 의상마다 관리법도 다르다. 연기자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소품 무게를 조정하거나 정비 점검도 철저히 해야 한다.

 

 

공주부터 괴물까지 헤어, 메이크업으로 변신 완료!
퍼레이드의 콘셉트에 맞는 헤어와 메이크업을 디자인한다. 연기자의 얼굴과 이미지에 맞춰 진행하는데, 때에 따라 가면이나 가발을 제작하기도 한다. 퍼레이드 연기자들은 하루에도 4번 이상 분장을 수정하기 때문에 피부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관리를 함께 진행한다.

퍼레이드 분장사가 되려면?

뷰티미용학과를 졸업하거나 공연예술 분장사 등의 자격증을 따는 것이 필수다. 유튜브를 통해 특수분장 시연 영상을 자주 봐두는 게 독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퍼레이드 연기자 중에는 외국인이 많으니 동서양의 외형 차이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직업의 장단점이 있다면

일반 메이크업과는 달리 과감하고 화려한 것을 시도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단점이라면 모질이 뻣뻣한 가발을 다듬거나 약품 등에 손을 다치는 일이 있다는 것.(웃음)

퍼레이드 분장사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눈썰미와 손재주는 필수다. 평범한 화장이나 헤어가 아니라 독특하고 창의적인 화장이나 머리 모양을 디자인해야 하므로 상상력이 풍부하면 일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안무는 음악 장르에 맞춰 신나게!
퍼레이드의 콘셉트가 정해지면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정한다. 음악 장르에 따라 고전무용, 현대무용 등으로 구분해 안무의 큰 틀을 짠 다음, 나머지 세부 동작을 만든다. 예를 들어 리우 카니발 퍼레이드는 브라질의 삼바 리듬에 맞는 열정적인 춤을, 베니스 가면무도회 퍼레이드는 클래식에 맞춰 고전무용을 살리는 식이다.

관객 대부분이 가족 단위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선정적이거나 난해한 안무 동작은 넣지 않는다. 70~80명의 인원이 박자에 맞춰 똑같은 춤을 추기 위해 보통 3주간 연습한다. 어느 정도 연습이 마무리되면 의상을 입고 야외에서 리허설을 한 뒤 공연을 올린다. 그날 공연이 끝나면 관객의 반응에 따라 안무 동작을 수정한다.

퍼레이드 안무코치가 되려면?

무용과나 공연예술학과 등 공연과 관련된 학과를 졸업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특히 다양한 안무를 짜야 하기 때문에 춤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한다. 현대무용이면 현대무용, 재즈댄스면 재즈댄스 등 한 장르 이상의 춤을 완벽히 통달하는 것이 좋다.

직업의 장단점이 있다면?

관객의 반응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관객의 즐거운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희열을 느낀다. 단점이라면 남들 놀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도 일해야 한다는 거다.(웃음)

퍼레이드 안무코치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안무코치나 퍼레이드 연기자에겐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다. 퍼레이드 하나가 진행되면 10개월 이상 같은 동작의 춤을 소화해야 한다. 체력만큼 중요한 건 인내심이다. 특히 요즘은 관객과 곧바로 소통하는 공연이 늘고 있어 순발력도 뛰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