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에 매달 새로운 가게가 생기는 중이다. 소박하고도 정감 있는 가게들로, 다시 한 번 찾게 된다.
 

“다섯 번 예약해서 겨우 성공했어.” 아침부터 친구가 기쁨의 문자를 보내왔다.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인가 물었더니 파스타집 ‘코브라파스타클럽’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망원동 길가에 자리한 간판도 없는 소박한 가게지만 콘서트 티케팅보다 예약이 어려워 ‘코켓팅(코브라파스타클럽 티켓팅)’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집이다. 또 다른 친구의 이야기. “30분 줄 서서 커피 마셨어.” 망원동 동네 카페인 ‘커피가게 동경’의 비엔나커피인 아인슈페너를 맛보기 위해서 그랬단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선 통칭 ‘인생커피’라 불리는 커피다. 기다린 만큼 보람찬 맛이었다는 친구의 자랑이 덧붙었다. 두 이야기의 장소는 모두 망원동에 있다. 2곳 외에도 망원동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그곳만의 개성을 지닌 공간들이 있다. 수제 아이스크림이 인기 있는 ‘빙하의별’,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 ‘소쿠리’, 동네 사랑방 ‘카페부부’와 ‘스몰커피’, 새롭게 문을 연 ‘어쩌다가게 망원점’ 등. 지금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동네가 망원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 내려 골목으로 들어가자 오밀조밀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작은 소품으로 꽉 들어찬 가게, 3~4개 정도의 테이블로 이뤄진 작은 카페와 식당, 작은 전시 공간, 재래시장인 망원시장까지. 좁은 길로 오토바이가 오가고 과일 바구니가 쌓여 있는 좌판과 붉은색 글씨로 적힌 정육점 간판, 할인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는 장을 보는 아주머니와 할머니,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젊은 엄마들, 그리고 손에 커피를 든 20~30대 젊은이들이 함께 걷고 있다. 오랫동안 살아온 토박이 주민들과 홀로 사는 젊은이들이 뒤섞여 사는동네다. 새롭게 유입된 이들은 대부분 홍대 앞의 높은 임대료에 밀려나 상수동, 합정동을 거쳐 망원동까지 오게 된 경우다. 그런 연유로 망원동에는 장미여관의 보컬 육중완을 비롯해 인디 밴드 우주히피, 홀로 인공위성을 만든 아티스트 송호준 등 젊은 아티스트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홀로 작업하는 친구들이 많이 살아요.” 지난 4월 망원동에 쇼룸 겸 작업실을 연 ‘폼폼 페이퍼’의 오민재 작가가 이곳에 자리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무엇보다 정겨운 동네 분위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죠.” 보통 1인 가구가 많은 동네는 사람들이 잘 뭉치는 경우가 없다. 그에 반해 망원 주민들의 페이스북 페이지 ‘망원동 좋아요’에서는 하루에도 몇건씩 게시물이 오르내린다. 병원이나 맛집 추천부터 물건 나눔까지 활발하게 이야기가 오간다. 망원동 주민을 부르는 ‘망원러’라는 단어도 생겼다. 취재를 하면서도 심심찮게 동네 사람들이 가게에 찾아와 친구처럼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다른 동네에서 가게를 하던 이들도 망원동으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연남동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복덕방’과 사당동에서 포차를 운영했던 ‘보라초’가 대표적이다. 이토록 급작스럽게 동네가 변하자 홍대처럼 거대 자본에 의해 모습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우려하는목소리도 늘었다. 실제로 신축 건물을 짓는 공사 현장이 곳곳에 보였다. 이 개성 있는 동네가 사라질까 걱정되었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망원동 좋아요’ 페이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안에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처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글을 발견했다. 수많은 댓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열띤 이야기를 나누는 망원러들을보니, 망원동이 쉽게 변하진 않을 것 같았다.

폼폼페이퍼

솜방울을 닮은 괴물 캐릭터 ‘미스터 오예Mr. Oh yeah’, 양 볼의 주근깨가 귀여운 소녀 캐릭터 ‘폼폼Pompon’. 실용적인 문구류를 만드는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 폼폼페이퍼Pompon Paper의 대표적인 캐릭터다. 솜사탕 같은 부드러운 파스텔 톤을 사용해 온, 오프라인 편집숍에서 인기를 끌다 최근 망원동에 쇼룸겸 작업실을 오픈했다. 분홍색 커튼이 사방을 둘러싼 공간에 들어서면 대표 캐릭터를 활용한 휴대전화 케이스, 다이어리, 스티커 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 가장 최근 출시된 포스트잇 형태의 월간 스케줄러 ‘투 두 리스트’는 필요에 따라 노트에 붙였다 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주인장이 평소 해외여행을 통해 구매한 소품도 만날 수 있다. 조개 모양 스탠드, 바나나 모양 손톱깎이, 주사기 모양 형광펜 등 아기자기하다. 작가에게 캐리커쳐를 의뢰하는 손님도 있다. 보통 얼굴과 닮게만 그리는 일반적인 캐리커처와 달리 대상의 스타일을 포착해 작가만의 감각으로 풀어낸다. 현재는 문구만 판매하지만 조만간 에코 백, 향초 등 리빙제품으로 품목을 늘려갈 예정이다. 작가와 함께하는 드로잉 원 데이 클래스도 계획 중이라고 하니 인스타그램을 확인해볼 것.

LOCATION 마포구 방울내로6길8
TEL 02-6228-0324
WEB www.instagram.com/pompon_paper

 

보라초

스페인어로 보라초borracho는 술취한, 술꾼이란 뜻이다. 망원시장 뒤편에 오픈한 레스토랑 보라초는 이름처럼 맛있는 음식을 술과 함께 즐기기 좋은 공간이다. 스페인에서 살며 요리를 배운 오너 셰프 최경훈과 이탤리언 요리를 전공한 셰프 이승재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유럽의 요리를 선보인다. 특별 메뉴처럼 준비되는‘투데이 메뉴’에서 이곳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구운 갑오징어와 홍새우를 바게트에 올린 ‘해산물 몬타디토’, 튀긴 생선을 실처럼 가늘게 썬 감자에 감싼 ‘존도리 카다이프’ 등 생소한 요리들이 이름을 올렸다. 보름정도 간격으로 새 메뉴가 출시된다. 시그니처 메뉴인 ‘이베리코 스테이크’는 특제 소스인 청양고추 페스토와 수제 쌈장, 울릉도산 명이나물을 함께 곁들여 먹는데 여기에 쌉쌀한 ‘베로니아 리오하Beronia Rioja’ 와인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클래식한 인테리어와 망원동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에 와인이 술술 넘어간다.

LOCATION 마포구 포은로8길 9
TEL 02-3144-0966

 

광합성카페

높은 천장과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온화한 햇볕, 간결하고 편안하게 놓인 북유럽 스타일 가구,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드는 싱그러운 열대 식물들. 아침 일찍 광합성카페를 방문했다. 사람들의 시선과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먼저 은은한 꽃 향과 견과류의 고소함, 다크 초콜릿의 풍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커피를 주문하고 여기에 궁극의 부드러움과 과하지 않은 단맛을 선사하는 프렌치토스트를 곁들였다. 식감이 유난히 폭신하다고 느껴지는건 조리하기 전 달걀물에 토스트를 2시간가량 재워놓기 때문.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싶다면 구운 호밀빵 위에 치즈 스크램블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토마토, 브런치 슬라이스 햄을 올린 크리미 스크램블을 주문한다. 달걀에 우유를 섞어 익히고 모차렐라치즈를 녹여 만든 스크램블로, 입안에 넣었을 때 아주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자랑한다. 분위기나 비주얼에 치중하지 않고 레시피와 재료, 커피 맛에 정성을 기울이는 제대로 된 브런치 카페를 오랜만에 만났다.

LOCATION 마포구 월드컵로19길 8
TEL 02-333-6933

 

구내식당

구내식당은 어쩌다가게 망원점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소소한 밥집이다. 가게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동네 주민과 상인, 지나가는 손님 등 모두가 크게 고민하지 않고 들러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는 부담 없는 식당을 콘셉트로 한다.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건강한 한 끼 식사를 추구하는 주인장과 10년 이상 식당을 운영한 주방장 ‘이모’가 합심해 운영하고 있다. ‘오늘의 정식’을 주문하면 밥,국과 함께 매일 망원시장에서 구매한 식재료로 만든 메인 요리와 6~7가지의 반찬을 차려낸다. 이날 나온 한상에는 밥과 함께 불고기당면, 세발나물들깨무침, 도라지나물, 두부조림, 꽈리고추 멸치볶음, 느타리버섯볶음, 미역국이 올랐다. 한 상 가득 푸짐한데 가격까지 합리적이라 매일같이 들르고 싶은 곳이다. 저녁 시간에 준비되는 일품요리들을 테이크아웃해 어쩌다가게 지하의 펍에서 먹을 수 있는 것도 좋다. 조만간 1인 가구를 위해 따로 반찬을 포장 판매할 예정이다. 정식 메뉴가 궁금한 이들은 매일 오전 시간대에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면 된다.

LOCATION 마포구 월드컵로 19길 74
TEL 070-5121-2710
WEB www.instagram.com/goonae sikdang

 

위트위트

어쩌다가게 망원점 2층에 문을 연 보틀 숍 위트위트Wit Wheat는 맥주 백과사전 같은 공간이다. 약 100종의 맥주를 주인장이 직접 테이스팅해 홉, 맥아, 이스트, 보디감 등을 분석해 라벨링을 붙였다. 그 덕분에 평소 좋아하는 맥주 이름만 알면 비슷한 맛을 지닌 맥주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망원동 주민의 추천 맥주, 2주에 한 번씩 편집자가 책과 함께 추천하는 에디터리의 추천 맥주 등 흥미로운 추천 리스트가 있다. 매일 밤 새로운 맥주를 찾는 이들을 위한 주인장의 추천 패키지도 있다. 요일 별 추천 맥주를 담은 ‘원위크박스’다. 오픈 기념으로 한정 판매한 ‘크레이트 박스’는 책과 맥주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박준 시인의 사인이 담긴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시구가 담긴 컵과 코스터, 시와 어울리는 맥주인 ‘블루문’을 담았다. 문 앞에 병따개를 달아두어, 인근 한강공원으로 산책 가는 이들이 맥주 한 병씩 손에 들고 나서는 유쾌한 장면이 자주 펼쳐진다. 서랍장 형태로 맥주를 보관하는 진열장을 비롯해 가게 안의 모든 가구는 망원동 목공소인 ‘소목장 세미’에서 작업한 것으로 간결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LOCATION 마포구 월드컵로19길 74 202호
WEB www.witwheat.com

 

시들지 않는 정원

시들지 않는 정원은 자수 드로잉 브랜드 라이 클로즈의 권지애 디자이너가 식물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소품들을 모아놓은 쇼룸 겸 작업실이다. 종이와 연필 대신 패브릭과 다양한 색실을 이용해 표현하는 라이 클로즈의 제품 외에도 소곤소곤, 예즈킴, 페이퍼 샐러드 데이, 뮤즈이즈유 등의 패브릭, 일러스트 브랜드들과 토끼굴, 까치당, 핸디랩, 어크로스더테이블의 디자인 식기, 소품 브랜드 등 소박한 감성을 지닌 다양한 국내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플리마켓과 전시를 통해 자연스레 친분을 쌓은 작가들로 모두 식물이 담긴 물건을 만들고자 하는 공통점을 지녔다. 테이블 위에 놓인 머그잔과 접시, 선반을 채운 쿠션과 앞치마, 벽에 기대어 둔 액자 속 그림 등 작은 공간을 빼곡히 채운 물건들은 무엇 하나 식물을 닮지 않은 것이 없다. 식물은 존재하지 않지만 어쩐지 정원의 서늘함과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LOCATION 마포구 희우정로 96
TEL 070-8659-5882

 

스몰굿띵

작은 책방 스몰 굿띵Small Good Thing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별것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의 원제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소설에서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에게 제빵사가 내주었던 롤빵 한 조각처럼 작지만 푸근한 마음이 느껴지는 책방이다. 문학을 전공한 주인장이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과 시 위주로 책을 선택해 채웠다. 무라카미 하루키, 밀란 쿤데라 같은 유명 외국 작가의 책과 함께 윤이형, 장강명, 김엄지, 박상 등 현시대를 사는 국내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문학 외에 <제주 인>, <컨셉진> 같은 매거진도 준비했다. 그중 <무나씨>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미술가 김대현이 5명의 작가들과 두 달 동안 매일 자정에 모여 쓴 소설을 묶은 독립 매거진 <자정작용>은 기존 문단과는 다른 신선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커피와 차, 맥주 등의 음료를 판매해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여유를 부리기 좋다. 원하는 책은 별도로 주문 가능하다.

LOCATION 마포구 방울내로7길 23
WEB blog.naver.com/smallgoodthingbooks

 

마마미투

입구의 문을 여는 순간, 수많은 봉제 인형과 피규어들이 마치 와글와글 소리를 내는 듯 정신없이 공간을 메우고 있는 사랑스러운 장난감 가게, 마마미투Mamametoo다. 찬찬히 인형들을 살펴보면 크게 미국과 일본에서 공수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친숙한 것은 <곰돌이푸>,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에 등장한 월트 디즈니와 픽사의 캐릭터들. ‘피너츠’와 ‘엘모’, ‘머핏’ 등 미국 애니메이션 <세서미 스트리트>의 친구들도 옹기종기모여 있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비롯한 일본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도 충실히 갖췄다. 서랍에서 마스킹 테이프나 볼펜 등 문구류를 뒤적이는 재미도 있다. 유행에 따르기보다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템들을 일일이 찾아 선별해오는 주인장의 순수한 애정이 엿보여 더욱 특별한 공간이다.

LOCATION 마포구 포은로 91
TEL 070-7553-4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