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행복해야 둘이서도 행복해!
연애 칼럼니스트 곽정은 

연애 문제를 논할 때면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연애 칼럼니스트 곽정은이다.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거침없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그는 짧은 시간 내에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잡지기자를 거쳐 방송인, 작가로 활동하며 당당히 세상과 소통하는 곽정은 작가를 만났다.
글 강서진·사진 백종헌 
 
 글은 세상에 말을 거는 소통의 수단

곽정은 하면 ‘연애 상담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떠올라요. 연애 문제를 다루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졌죠?
 
한동안 TV 방송 출연을 꽤 하다 보니 얼굴이 알려지긴 했어요. 주로 남녀 간의 연애 문제와 성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소위 19금 방송 프 로그램에 출연했죠. 그래서 청소년들이 나를 알까 싶었는데, 미성년 자인 조카도 그 방송을 관심 있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원고를 써달라는 요청도 받는 걸 보면 저를 아 는 중고생이 꽤 있나 봐요.(웃음)
 
방송 출연이 뜸한 것 같은데, 요즘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본업인 글 쓰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서너 개의 칼럼을 써서 출판사에 보내요. 제가 경험하고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묶어 책을 펴내기도 하고요. 2년 전, 오래 일했던 잡지사를 그만두면서 혼자 글 쓰는 시간을 즐기고 있죠.
 
잡지기자 일을 꽤 오래 하셨죠?
 
13년 동안 여성 전문 잡지사에서 일했어요. <휘가로>, <싱글즈>, <코스모폴리탄>이란 세 잡지사를 거치면서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썼 죠. 지금은 연애 칼럼니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연애 칼럼은 여러 기사 중의 일부분일 뿐이에요. 잡지기자로 활동할 땐 다양한 사회문제 를 파헤치는 취재를 하기도 하고 여행, 자동차, 문화, 건강 등 여러 기사를 다뤘거든요. 연애 칼럼니스트라는 전문 분야를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수많은 취재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가능했죠. 잡지기자로 일한 시간은 내가 무엇을 재미있어하는지, 내가 사람들에게 잘 전달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기회였어요.
 

 
잡지기자에서 연애 칼럼니스트로 주목받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저와 비슷한 세대가 느끼는 고민과 관심사를 속 시원하게 풀어내는 기사를 쓰는 게 좋았어요. 연애 이야기도 그중 하나였고요. 기자 일을 시작한 지 2년이 조금 넘었을 때 연애 관련 기사를 처음 맡았는 데, 워낙 관심 많던 분야라 참 재미있게 일했죠. 여러 전문가의 의 견과 내 경험을 녹인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뿌듯했어요.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고요. 열심히 한 만큼 연애 칼럼을 쓰는 노하우가 생겼 고 회사에서 인정도 받았어요. 오랫동안 연애 관련 기사를 쓰다 보 니 잡지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많이 쌓이더라고요. 그 내용만 모아 도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2009년 연 애 문제를 다룬 책을 처음 펴냈고, 그 덕분에 연애 칼럼니스트로 알 려지게 됐어요.
 
잡지기자를 그만두면서 활동 영역이 넓어졌죠?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대중에게 제 생각을 전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잡지사에 다니고 있을 때도 책을 썼고, 방송과 강연 활동도 꽤 했는걸요. 그러다 <마녀사냥>이란 방 송을 하면서 개인 활동이 점점 늘어났어요. 결국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죠.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다양한 기 회를 만나게 되더라고요. 나의 재능을 펼칠 수만 있다면 새로운 도 전쯤이야 두렵지 않았어요. 간혹 내가 한 말이 왜곡돼 비난과 조롱 을 받을 때는 속상하고 힘들긴 해요.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서 얻는 행복이 더 크기에 불편한 일쯤은 감수해야죠.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사랑은 숨을 쉬고 밥을 먹듯 자연스러운 감정
연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연애에 관한 다양한 사연을 접했을 것 같아요.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고민도 아주 다양해요. 하지만 고민 의 핵심은 결국 외로움과 고통으로 압축되는 것 같아요. 가령 연애 하면 외로움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외롭다거나 연애를 끝내 고 난 후의 외로움에 대한 고민이 많죠. 또 상대방이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든가 연애를 하면서도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고요.
 
사람마다 성격과 생각이 다른데, 연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답이 있을까요?
인생에 정답이 없듯 연애 문제에도 정답이 없죠. 저는 상담 전문가는 아니에요. 다만 숱한 연애를 해본 사람으로서, 또 다양한 사람들의 연애담을 취재한 기자로서 경험치를 최대한 발휘해 조언하려고 노력합니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누군가를 사랑하는 과정에서 상처받는 일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경험이 너무 아프고 힘들기 때문에 그런 사랑은 오답이고,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를 정답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사정이 있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면 상대방을 이해하기가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심리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 연애에 능통한 것이 아니라, 감정을 잘 공감하는 사람이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자기의 존엄성은 지키되, 마음을 열고 다양한 연애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아무나 쉽게 만나라는 게 아니라, 진지한 관계를 이어가려고 노력해야죠.
 
청소년 때 이성 교제를 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아가 본격적으로 성숙되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죠. 우리나라 교육이 입시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한창 공부에 몰두해야 할 10대 때 이성 교제를 하는 건 대단히 어리석은 행위로 규정당하는 것 같아요. 몇몇 학교에서는 교내에서 이성 교제를 하면 벌점을 준다고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아이들의 자아와 생각을 너무 강제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이 아닐까요?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당연히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찬성하고 반대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이성 교제를 함으로써 성적이 떨어지고 가고 싶은 대학을 못 간다면 자기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많은 사람이 외로움이나 허전함을 해소하기 위해 연애 상대를 찾죠. 하지만 혼자서도 삶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도 좋은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고 믿어요. 연애할 때 좋을 땐 너무 좋다가도 싸울 땐 고통스럽잖아요. 어떤 사람도 내 행복을 지속적으로, 충분히 채워줄 수 없어요. 세상의 모든 일에 행복과 불행이 언제나 함께 존재하듯이 완벽히 만족할 수 있는 사랑도 없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스스로 행복하고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꿈을 찾는 건 진짜 내 모습을 발견하는 일

학창 시절에도 할 말을 똑 부러지게 했을 것 같아요.
전혀요.(웃음) 내성적이라 앞에 나서는 일은 꿈도 못 꿨어요. 친구도 많지 않았고요. 하지만 글짓기 시간이면 눈에 띄는 아이가 됐죠. 항상 높은 점수를 받았고, 고등학생 땐 논술 공모전에서 1등을 하기도 했거든요. 친구들이 제가 쓴 글을 돌려보기도 했고요. 그때부터 막연히 글 쓰는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꿈을 일찍 찾은 편이네요?
글 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뿐,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는 몰랐어요. 당장 눈앞에 닥친 입시에 쫓기다 보니 성적 올리는 데만 급급했고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거든요. 중학생 때는 전교에서 2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해서 외고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워낙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있다 보니 순식간에 반 꼴찌생으로 추락하는 쓴맛을 봤죠. 떨어진 등수를 올려야 하는데 그 와중에 무슨 꿈을 찾겠어요. 내 꿈이 뭔지 관심 가져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냥 공부하는 기계로 살았어요. 결국엔 대학도 점수에 맞춰서 갔고, 뜻하지 않는 영문학과를 전공하게 됐죠.
 
작가나 기자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머지않아 로봇도 글을 쓰는 시대가 올 거예요. 그런 세상에서 자기만의 강점을 가지려면 모든 사물과 현상을 보는 관점이 남과 달라야 하죠.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체험해보세요. 그래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사고가 깊어지거든요. 대중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먼저 파악하고 전달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일을 두려워하면 안 돼요. 학교생활도 충실히 해야죠. 어떤 일을 하든 성실한 태도를 갖추는 건 기본이니까요.
 
아직 꿈을 찾지 못한 MODU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꿈이 없는 자신을 책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을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버거운데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하죠.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자기가 원하는 삶이 뭔지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딱 10분이면 충분해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생각이나 바라는 것을 매일 글로 남겨보는 거예요. 그러면 스스로를 꾸준히 돌아보고 나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죠.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기가 가진 재능과 특별함을 꼭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