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 모두 <쓰릴 미> 첫 참여인데, 개막을 앞둔 기분은 어떤가요?
동현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떨리는 마음도 있고, 한국에서는 거의 2년 만에 하는 공연이거든요. 오랜만에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도 있어요.
윤승우신인 등용문이라고 불리는 작품이기도 하잖아요. 제 시작점을 <쓰릴 미>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한 편으론 부담감도 생겨요. 그렇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이 특히나 ‘얼굴 맛집’으로 관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어요.
동현 굉장히 좋은 이야기라서 기분 좋게 들리는 건 당연한데, 그런 기대를 더 뛰어넘을 수 있는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얼굴도 맛집이지만, 연기합이 중요한 2인극이니까 연기도 맛집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죠.
윤승우 형 준비해 온 멘트죠? 말을 너무 잘하는데.
동현 아, 밤새 준비해서 그런가 피곤하네.(웃음)

‘내가 왜 <쓰릴 미>에 캐스팅됐을까?’ 생각해 본 적 있을까요?
동현 캐스팅된 이유라기보다 조금 신기했어요. 뮤지컬 관련 인터뷰를 하다 보면 꼭 받는 질문이 있잖아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은지에 관한 질문이요. 그때 답변으로 <쓰릴 미>를 언급한 적이 있어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서 묘한 기분이죠.
윤승우 캐스팅 이전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오디션을 준비했거든요. 오디션 당시 저를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캐스팅 소식을 접했을 때 너무 기뻐서 표정 관리가 잘 안 됐어요. 겉으로 정말 티를 안 냈는데, 속으로는 ‘내가 <쓰릴 미>를 한다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 전 작품의 이미지는 어땠나요?
윤승우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소망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일단 2인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을 볼 때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거든요. <쓰릴 미>도 두 명의 배우가 채워나가는 극이다 보니 배우들을 향한 존경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무대 위 피아니스트까지 쉴 틈 없이 연주를 이어가잖아요. 세 사람이 긴 시간을 이끌어 나간다는 게 크게 와 닿았죠.
동현 처음에는 오랜 시간 꾸준하게 사랑받은 작품이라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실화 바탕의 작품 본연이 가진 힘이 크다는 인상을 받았죠. 제게 조금 부담이 될 수 있는 작품인 동시에 도전적인 작품이기도 해요.

두 분 지금은 굉장히 친해 보이는데, 최근 공개한 프로필 촬영 인터뷰 영상에서는 배우들끼리 어색한 기류가 흐르더라고요.
동현 다들 낯을 정말 많이 가려요. 처음에 리딩을 한 번 하고 저희끼리 밥을 먹었는데, 정말 밥 먹으면서 한 다섯 마디 나왔나. 적막이 계속 이어지고…
윤승우 저는 낯을 가리는 편이 아니긴 하거든요. 배우들끼리 있으면 모르겠는데 제작진분들도 다들 계시니까 말을 아꼈죠. 형도 그랬지 않아?
동현 맞아.(웃음) 지금은 뭐, 거의 가족이지.

거의 가족이 된 배우들이 함께하는 연습실 분위기도 궁금한걸요.
윤승우 그동안 학교 동기나 선후배들과 연기를 해와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무대를 만드는 게 처음이에요. 솔직히 처음에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걱정했거든요. 사교성도 좋고 낯을 가리지 않는 편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첫 만남에는 두려움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한시름 놓았어요. 저는 일단 공연이 잘 나오려면 배우들끼리 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또 무대 위에서 믿을 게 서로밖에 없기도 하고요.
동현 정말 놀랐어요. 모난 친구가 한 명도 없고 너무 좋은 거예요. 사실 무대라는 게 배우 개개인이 돋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 법도 하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서로를 배려하면서,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려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들다 보면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는데, 자기 의견만 고집하기보다 작품의 이해관계를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예요. 연출님이 그 중심을 잘 잡아주시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섯 명 모두 성품이 좋지 않나. 또 작품을 위해서 상대역인 배우들끼리 더 친밀해지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하루는 리차드 역의 김이담 배우가 오다 주웠다는 식으로 무심하게 프로폴리스 제품을 주기도 했어요.
윤승우 뭐야, 처음 듣는 이야기야. 나는 안 줬는데?
동현 너는 리차드잖아. 나는 네이슨이니까.(웃음)

이번 시즌에 참여하는 배우 중에 유일하게 이석준 배우만 <쓰릴 미> 경험이 있어요. 이석준 배우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을 것 같은데 어때요?
동현 10살이나 어린 동생이지만, 형처럼 모시고 있습니다. 제가 성공적으로 공연을 한다면 석준이의 지분이 상당하지 않을까.(웃음) 장난처럼 말했지만,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게다가 석준이가 형들한테 애교도 정말 많고 솔직한 편이라 조심스럽게 말하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부분들을 명확하게 집어줘서 좋죠.
윤승우 저는 아무래도 석준이랑 같은 역할이라 석준이도 석준이만의 리차드를 만들고, 저도 저만의 리차드를 만들어야 하니 직접적으로 조언을 구하지는 않았어요. 대신 이 친구가 리차드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위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죠.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기도 했고요. 

각자 맡은 인물은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나요?
동현네이슨은 일반적이지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두 사람이 너무나 극적인 상황에 놓여있잖아요. 이게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몸으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인물 자체가 특이하고, 사건도 강렬하고, 실화라는 바탕도 더해지니 앞서 말한 것처럼 조금은 부담되어요. 그렇다고 해서 자신 없지는 않아요. 자신감은 잃지 않되 약간의 긴장이 생길 정도의 부담을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원동력이 될 때가 있으니까요. 네이슨을 연기하다 보면 더 도전하고 싶어서 제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어요.
윤승우 리차드의 외적인 매력을 가장 먼저 고민했어요. 이성은 물론 동성까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녀야 할 텐데, 그 매력이 도대체 무엇일까. 그와 동시에 정상과 거리가 먼 인물이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했죠. 연출님이 항상 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정상적인 사고로 인물에 접근하면 안 된다. 생각이나 행동을 역설적으로 해봐라.’거든요. 그런 식으로 많이 접근하고 있어요. 윤승우라면 하지 않을 행동들, 일반인이라면 하지 않을 생각들을 떠올리면서요.

지금의 접근 방식은 어때요? 닮은 면을 찾는 중인가요,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인물을 알아가는 중인가요?
동현 저와 네이슨 간에 비슷한 면이 아주 없지는 않죠. 오히려 그런 것들을 찾아서 연구하고 노력하려 하고 있고요. 이번에 연습 하면서 조금 놀랐던 게 하나 있는데, 네이슨은 집착을 넘어 편집증 증세까지 보이는 친구잖아요. 그런 그를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이 저에게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얼마전 연습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거울 속의 제 눈과 마주쳤는데, 정말 너무 무서운 거예요. 나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구나 하고 새롭게 발견하는 점들이 있어요.
윤승우 저는 리차드가 행동할 만한 리차드를 찾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상대방을 유혹한다고 했을 때, 나는 이렇게 행동할 텐데 왠지 리차드라면 이렇게 해서 더 네이슨을 자극할 것 같고… 물론 유혹이라고 말할 것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요.(웃음)

캐릭터 해석의 경우 연습 초반과 비교해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동현 많이 달라졌어요. 초반에는 워낙 장면들도 강렬하고 캐릭터들도 특징적이니까 겉으로 표현되는 이미지적인 것 위주로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그 안에서 이유를 찾아가고 있죠.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되었고, 이런 대사를 하는지, 그리고 서로의 관계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 1차원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윤승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에는 리차드의 외적인 매력을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 대본에도 리차드에 대해 ‘음울한 느낌에 잘생긴’이라고 쓰여 있거든요. 잘생기고 매력이 있어야 하니.(웃음) 그런데 아무래도 네이슨의 진술에 의해 리차드가 그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시점이 하나로 이어지기보다 점핑되는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텐션이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는 부분도 많죠. 이 사이의 공간을 메꾸려고 노력했어요. 또 제 리차드가 입체적이면 입체적일수록 네이슨의 진술과 어긋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일 보 후퇴하고 네이슨에게 집중하기도 했어요.

네이슨과 리차드의 관계가 두드러지는 작품이잖아요. 이 관계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을 텐데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윤승우 서브 타이틀인 ‘누가 누구를 조종하는가.’가 두 사람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둘의 관계를 미리 정해 놓고 가진 않았어요. 뒤로 갈수록 계속해서 생각이 바뀌게 되거든요. 현재는 서로가 원하는 걸 가장 잘 알고 있고, 그걸 이용하는 관계. 개막이 얼마 안 남은 상황이지만, 그 사이에 또 다른 관계가 발견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동현 제가 생각한 관계를 사랑이라는 막연한 단어로 풀기는 조금 힘들더라고요. 사랑을 넘어선 감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소유욕과 집착의 마음인 것 같아요. 네이슨은 모든 걸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자신이 갖지 못 하는 것에 집착하게 되는 거죠. 새를 관찰하는 이유도 여기서 나 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날지 못하는 자신과 다르게 새는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날개를 갖고 있으니까요. 리차드가 주는 자극들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거부할 텐데, 네이슨의 입장에서는 소유욕을 불러일으켜요.

앞서 배우는 무대에서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렇다면 자신의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넘버나 장면은 무엇인가요?

윤승우 감미로운 멜로디와 다이내믹한 멜로디 모두 가지고 있는 ‘계획(The plan)’이라는 넘버가 있어요. 살인을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가사를 담고 있는데, 제가 연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은 넘버라고 생각해요.
동현 하나를 꼽기에는 어렵고, 제가 평소에 에너지가 많은 편이에요. 넘버들이 굉장히 웅장하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개인적으로 편하기도 하고, 잘 해내기만 한다면 관객분들께 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스스로의 매력을 준비해서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상대방이 주는 에너지를 잘 받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각자 맡은 인물에 수식어를 붙여준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윤승우 슈페리어(superior) 리차드. 인간보다 더 우월한 존재인 거죠.
동현 저는 리차드만 바라보는 네이슨. 연기할 때 잘 안 풀리는 것들을 근본적으로 파고들다 보면 모든 게 리차드로 통하더라고요. 네이슨이 보여주는 행동과 감정에 대한 이유 자체가 리차드인 경우가 있어요. 공연 때도 그렇게 보여지지 않을까 싶어요.

관객들에게 관람 길잡이가 될 만한 본인 소개를 셀프로 해보는 건 어때요?
동현 저는 기대하는 만큼 보여드리는 배우입니다. 기대 이상까지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윤승우 아까 얼굴 맛집 이야기가 있었으니 사진보다 실물이 나은 배우… 이건 안 될 것 같은데.(웃음)
동현 네 진심 아니었어? 실물이 더…
윤승우 아, 그건 팩트죠. 진심보단! 그러면… 사진발이 자신 없는 배우?
동현 괄호 열고 실물이 나은!

그동안 <쓰릴 미>를 거쳐 간 배우들이 많아요. 그 사이에서 관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요?
동현 관객분들은 공연의 에너지를 받으러 오시는 거니까, 에너지 만큼은 확실하게 느끼고 갈 수 있는 네이슨이 되겠습니다.
윤승우 관객분들이 어떻게 봤으면 좋겠다는 이런 것보다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리차드와 네이슨 모두 한 번씩 해보고 싶어요. 더 풍부하게 작품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지금까지 두 인물을 다 연기한 배우가 5명도 안 된다고 하던데, 그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