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는 어떤 인물입니까. 작품에서 이 인물을 입체화 시키기 위해 특별히 신경쓰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마리 앙투아네트는 10대라는 어린 나이에 여러 상황 속에 던져졌지만,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진정한 존엄성을 찾았습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녀는 낯선 왕가의 궁궐에서 이방인이었고 살아남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워야 했어요. 여러 면에서 그녀에 맞선 파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가 가진 캐릭터의 핵심은 엄격한 예절과 권력투쟁의 세계에 갇혀버린 아주 사랑스럽고도 훌륭한 여성이라는 것입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을 2시간 30분으로 압축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된 부분이 있으신가요.
그녀의 삶은 미니시리즈가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원작자들이 이 작품을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주요 사건들의 정수를 뽑아 강렬한 감정적인 서사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일을 해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 작품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관객들이 여성으로서의 마리를 바라보며 그녀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되면서, 어쩌면 공연을 본 이후라도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게 되는 정서적 반응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행기 안에서 영화 ‘웃는 남자’를 보고 뮤지컬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하셨죠. 이 작품 역시 마리와 마그리드의 삶이 대조적입니다.
두 세계가 충돌하는 것, 이것이 바로 극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자와 빈곤층,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그늘과 빛 말이죠. 우리는 그러한 것을 담을 수 있는 넓은 캔버스를 가지고 있으며, 이 두 뮤지컬 작품 모두 서사적인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매우 강렬한 등장인물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작품의 주역인 마리 앙투아네트 역에 김소현, 김소향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말 노련한 여배우들이 필요한데, 김소현 배우와 김소향 배우 모두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이 쉽지 않은 감정적인 여정에 있어 세밀함을 더하며 깊이 빠져 들어야만 합니다. 두 배우 모두 매 공연마다 깊은 열정과 사랑, 비극의 감정을 제대로 끌어내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두 배우가 주인공 역할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이 이 작품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스토리, 사건, 무대, 의상… 그 가운데 가장 섬세하게 공들인 부분은 무엇인가요.
부자에서 빈곤층으로, 빈곤층에서 부자로 어떻게 빨리 전환하며 보여줄지 콘셉트를 잡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제가 비스듬한 회전 무대를 이용해서 유동적이면서도 영화적인 장면들을 유지하자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우리는 이 두 세계의 상반된 모습을 빠르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어요. 대사와 가사, 그 너머에 있는 서사를 분명하게 다시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한국 뮤지컬과 함께한 지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2010년 전후 한국 뮤지컬은 비약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외부에서 비쳐진 한국 뮤지컬계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셧다운이 되기 전, 세상은 이제 막 한국 뮤지컬의 우수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10년 동안 놀라운 성장을 지켜봤고 아직까지 한국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이 큰 비밀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뮤지컬계가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전 세계에 한국의 대단한 예술성과 재능을 겸비한 배우들, 디자이너들, 창작 스태프들이 있는지를 알려주었으면 합니다. 한국 뮤지컬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나라마다 연출 접근 방식이 다를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국 시스템은 어떠한가요. 한국만의 스타일, 특징이 존재하나요.
다양한 나라와 문화권에서 연출을 맡으며 저는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더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음악, 드라마, 시와 춤이 우리 모두를 하나로 결속시켜 준다는 점에서 말이죠. 하지만 각 프로젝트에 따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은 달라집니다. 저는 작업 하는데 딱 한가지의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함께 일하는 모든 재능있는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습니다. 그리고 뮤지컬은 가장 큰 협업의 작업인 만큼 모두의 기여가 중요합니다.

새로운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십니다. 뮤지컬로 올리고 싶은 새로운 스토리 혹은 작품이 있으실까요.
음, 몇 가지 있긴 하지만 지금은 공개할 수 없네요.(웃음) 제가 더 큰 도전을 좋아한다는 것은 질문 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