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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유진 사진제공 유알컬처파크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에 위치한 유알컬처파크는 건축물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저 멀리 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모를만큼 ‘자연’스럽게 위치해있다.
이 공간은 자연주의 건축가 겸 유알컬처파크의 대표 이형호의 작품으로 주변 산의 원형을 따라 설계되어 산과 나무를 벗 삼아 공존하고 있는데 특히 음향기기 없이 야외 연주가 가능한 사운드 포커싱 홀이라는 공간이 주목 받고 있다. 유알컬처파크에서는 자연과 음악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연에 기술을 더하다
건축가이자 유알컬처파크의 대표 이형호는 그간 자연을 해치지 않고 스며드는 자연주의 건축을 지향해왔다. 물, 바람, 비 등 모든 소리가 자연 건축의 소재이자 테마인데, 거기에 자연의 소리만 담을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소리와 악기의 소리가 자연에 어우러지게 하기 위한 건축이 유알컬처파크이다. 이곳은 전시, 공연, 아카데미, 세미나 등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1만 1000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운드 스페이스(사운드 포커싱 홀), 우드 스페이스, 워터 스페이스, 스카이 가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형호 대표로부터 이 공간의 숨겨진 매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유알컬처파크 중 사운드 포커싱 홀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 공간을 건축하기로 한 결심은 현대 건축물에 대한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현대 건축물들을 봤을 때 주로 겉으로 나타나는 ‘시각적인 표현’에만 집중을 하고 있는데, 그 점이 제가 자연주의 건축을 생각하게 된 계기입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원칙을 담아내는 자연주의 건축을 통해 어떻게 하면 나만의 건축을 할 수 있을 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서울에서 하던 고민을 원주로 내려와 지금 이곳 토지 매입을 하게 되면서 소리 건축의 시뮬레이션을 위한 도전이 시도된 것이죠. 물론 오로지 자연을 위한, 소리만 내기 위한 공간은 만들 수 없고 눈으로 보는 시각적인 것도 필요합니다. 건축에 필수적인 요소 중 공간의 크기나 시각적 효과 등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고 그곳에 자연주의 건축과 소리에 대한 기술을 잘 녹여낸 것이죠.
제가 처음 시도한 사운드 포커싱 홀의 기술은 실내 공연장 소리 건축에 대한 역발상이었습니다. 실내 공연장에서 한 곳으로 소리가 모아지는 것은 잘못된 사항입니다. 골고루 전체에 잘 퍼지게 설계되어야 하죠. 그런 조건을 반대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같은 주파수가 모이면 증폭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토대로 반사판을 1층과 2층에 나눠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1층 반사판은 홀 중심에서 낸 소리를 모아주면서 무대 중심에 있는 연주자의 스피커 역할을 하고, 그렇게 모인 소리가 증폭 현상을 일으켜 2층 반사판을 통해 스카이가든 즉, 객석으로 올라가게 되는 원리입니다.
사운드 포커싱 홀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관객분들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해 주셨습니다. 이곳은 관객과 연주자가 구분되는 듯, 구분되지 않는 듯한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홀이라고 불리는 원 안은 연주자들의 공간, 2층 스카이 가든은 관객들을 위한 객석으로 연주자와 관객들이 구분되기도 하지만 홀과 가까운 잔디에서 자유롭게 산책도 하면서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는 구분되는 경계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그다음으로 좋아해 주시는 부분은 새로 경험해보는 감성공간입니다. 연주자의 공간에서 연주자들이 뿜어내는 소리는 위로 올라와 스카이 가든 객석에 들리게 되지만 반대로 객석의 소리는 밑으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카이가든에서는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편하게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지가 높아 주변에 둘러싼 자연과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것에 대한 호응도 높고요.
연주를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연주를 할 때면 스카이가든 뿐만 아니라 홀 외곽에서도 관객분들이 앉아서 들어주시는데, 사실 이 두 공간에는 소리의 차이가 있습니다. 원 중심(홀 중심)에서는 동일하게 소리가 퍼져가지만 홀 외곽에서 관람하실 경우에는 직접음 즉, 연주자가 내는 원시적인 소리를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카이가든에서는 무대 중심으로 소리가 모아져서 그게 다시 증폭 현상으로 관객까지 넘어가는 입체적인 소리를 듣는 것이기 때문에 간접음과 직접음이 서로가 섞이게 되면서 음향장비를 사용하는 것 같은 맑고 고운 소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좀 더 악기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듣고 싶다면 아래층, 아름답고 질 좋은 사운드를 듣고 싶다면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연주 전후에 원 중심에 서서 ‘아~’하며 소리를 한번 내보시면서 소리가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직접 체험 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유알컬처파크가 어떤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시나요?
우선 이곳은 문화생산자와 소비자, 즉 연주자와 관객이 서로 교류하는 장소입니다. 24시간 개방되어 있는 곳인 만큼 언제 어디서 연주자가 갑자기 나타나 공연을 하게 되더라도 자연스러운 공연의 시작이 되겠죠.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일상 속 문화예술을 같이 호흡하는 공간입니다.
또한, 유알컬처파크 건축은 소리를 과학적 원리로 적용해 최상의 품질 사운드를 만들어낸 세계 최초 시험 공간입니다. 일종의 모델하우스 같은 느낌인 거죠. 제 사비로 건축을 하다 보니 완성도에는 다소 미흡한 부분들이 있습니다만 이 공간을 시발점으로 지자체와 유럽과도 기술 관련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고 실제로 도봉구 같은 경우는 사운드 포커싱 홀이 현재 지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전국적으로 사운드 포커싱 홀이 또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되어서 현대인 감수성에 맞는 복합문화공간의 중심 코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색다른 예술공간의 등장
사운드 포커싱 홀은 야외라는 장점을 통해 실내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같은 공연을 보더라도 그날의 날씨, 계절, 잎이 지고 피는 자연의 변화로 같은 공연이라도 완전히 새로운 공연 감상을 할 수 있다. 유알컬처파크는 클래식 공연 이외에도 춤이나 연극, 서커스를 펼치기도 했다. 특히, 2020년 트러스트 무용단과 함께 유알아츠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앞으로 사운드 포커싱 홀과 다양한 실내공간에서 어떤 공연과 프로젝트가 펼쳐질까. 유알컬처파크 이상준 예술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유알컬처파크 대표님과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고 계시나요?
유알컬처파크에 도착했을 때의 첫인상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합니다. 이 공간으로 들어가는 순간순간이 엄청난 감동이었어요. 이곳을 방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합문화공간 ‘화음’에서 이형호 대표님을 뵙게 되었고 그것이 첫 만남이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저를 유알컬처파크로 초대해 주셨고 저는 사운드 포커싱 홀에서 마음껏 노래를 했죠. 다행히 제 노래를 좋아해 주셨어요. 그리고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들을 관객이 되어 관람하게 되었고, 조금씩 이 공연장이 가진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표님께서 저에게 독창회를 권하셨고, 저는 이 공간을 조금 더 다양한 소리로 채워보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의 공연을 통해 알아온 정상급 소프라노 구은경 씨와 바리톤 김종표 씨, 그리고 피아니스트 한민선 씨를 초청하여 <한 여름밤의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자연스레 공연을 기획하였습니다. 이것이 저의 예술감독으로의 첫 공연이었습니다.
사운드 포커싱 홀이 야외에서 연주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보니 실내 공연장과는 다른 기획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아요. 어떤 계획을 구상 중이신가요?
저는 이곳에서 음향장비 없이도 가능한 모든 소리 공연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특징인 원형 설계와 원형을 둘러 싸고 있는 유리를 통해 낼 수 있는 시각적인 효과도 최대한 끌어올린 무용과 음악의 조화, 국악과 양악의 조화 등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다 합친 종합예술 오페라도 올려보고 싶어요. 오페라와 많은 장르의 콘서트들을 하나씩 준비해보고 내년 여름에는 관객들과 함께할 수 있는 페스티벌을 준비해 볼까 합니다. 야외 오페라가 주는 감동을 꼭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경기도의 한 시립합창단, 교향악단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어 9월 중으로 무대에 올릴 예정입니다. 앞으로 도봉구를 비롯한 여러 곳에 사운드 포커싱 홀이 완성되면 유알컬처파크에서 진행했던 공연들을 기반으로 지자체와 협업해 많은 공연들을 올렸으면 합니다.
또, 문화와 예술의 모든 분야 중 저희가 진행해볼 수 있는 아카데미도 시작해보려고 하는데요. 원장님과 저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유알알츠아카데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목소리 그리고 꽃을 주제로 한 아카데미를 먼저 열어볼 계획입니다. 살아가면서 힘이 빠지고 흔들리는 목소리를 단단하고 건강한 목소리로 변화하는 것을 느끼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강좌와 꽃과 본인의 취향을 점차 알아가면서 힐링하는 강좌로 9월 말부터 3개월씩 나눠 1년에 4분기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실습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위로를 받으며 함께 마음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유알컬처파크는 사운드 포커싱 홀, 실내 공연장, 소공연장, 그리고 세미나실 등 모든 장르와 규모를 아우를 수 있는 공연장들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곳들은 음향장비 없이도 공연이 가능할 만큼 울림이 뛰어납니다. 이곳의 무대는 항상 열려있으니 누구나 오셔서 무대를 체험해보시기 바랍니다. 이곳에서 직접 연주자가 되어보기도, 또 좋은 공연을 관람하면서 감동을 받으며 사람, 자연과 예술이 함께하는 곳에서 힐링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씨발’이 너무 많은 명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