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백색 상가건물과 갈색 벽돌주택이 열을 맞추는 골목길. 거리에 지글지글 장어 굽는 냄새와 진한 커피 향이 뒤섞이고, 경쾌하게 걷는 청년들 옆으로 어르신들이 두발자전거를 몰고 교차로를 지난다. 사람 사는 활기로 가득한 이곳 연남동 골목에 5개월 전 독특한 책방이 문을 열었다.

독서관은 무료로 책을 빌려주는 서점이다. 소규모 출판사나 개인이 출간한 독립서적만 취급하는데, 주인장 전세환 씨는 코로나 때 소셜 살롱모임에서 우연히 독립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다섯 권의 책을 내며 자신의 기록을 책으로 남긴다는 데 매료돼 본업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접고 직접 서점을 차렸다.

길쭉한 통유리창으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무심코 걷다간 지나쳐버릴 만큼 자그마하다. 그나마 ‘독서관’이라고 크게 쓰인 간판이 이곳의 정체성을 알려준다. ‘독립서적 대여관’이라 적힌 글씨를 보지 않았다면, 신생 카페라 생각했을 터였다. 

“독서관은 독립서점과 도서관의 중간 지점에 있어요. 그래서 이름도 독서관입니다.” 

서가와 서가를 오가는 듯 좁고 길쭉한 공간에는 300여 종의 책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만 권의 책이 들어갈 만큼 널찍한 책장엔 언제 누구든, 입고를 원한다면 채울 수 있도록 넉넉하게 자리를 비워뒀다.

드문드문 손때 묻은 책들이 눈에 띄었다. 대여가 가능한 열람용 책으로 책표지에는 바코드를 붙여뒀다. 구매용 책은 비닐에 꽁꽁 싸여 있어 이 둘을 헷갈릴 일은 없다. 서점은 회원가입 후 책을 대여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다. 일반 도서관처럼 최대 다섯 권까지, 15일간 대여 가능하며 1회에 한해 일주일 연장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책방 운영이 될까 궁금한데, 대여용은 주로 위탁도서의 샘플 책을 활용한다고 한다. 자신의 책이 읽힌다는 것에 작가들의 반응도 좋단다.

“많은 독립서적이 출간되고도 입고할 서점을 찾지못해 읽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책이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독서관을 열었습니다. 출판이 입고로, 입고가 대여로, 대여가 판매로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