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_ 그저 그 길을 걷는다 _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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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On The Road _ 그저 그 길을 걷는다 _ 김성은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On The Road

 

그저 그 길을 걷는다

 

김성은, 사진가

 

영국 북아일랜드의 풍경은 비록 웅장하진 않지만, 이곳에서는 소소한 자연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내가 사는 주변에는 많은 이들이 평안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산책 코스가 있다. 강줄기를 따라 강가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강길, 다양한 큰 나무들로 울창한 숲길, 보리밭길 등 다채로워서 무료하지 않게 이 길을 거닐 수 있다. 그곳에는 인위적이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이, 그리고 그것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반려견과 함께 걷는 사람들, 가족 모임 후 온 가족이 함께 산책하며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주변의 새들을 망원경으로 관찰하거나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사람들, 강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겨울철에는 새 먹이를 들고 와서 손으로 먹이를 주며 새들과 교감하는 사람들. 어쩌다 그 길에서 지인들을 만나게 되면, 길이 다소 좁더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커다란 이야기보따리를 펼치는 사람들로 공간은 채워진다.

 

이곳 사람들은 한국인처럼 술도,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영국의 타지역인들보다 순박하고 정도 많다. 산책하던 중 서로 마주치면 모르는 사이라도 누구나 웃으며 반갑게 눈인사하거나 간단히 하이(Hi)”하며 인사를 나눈다. 반려견조차도 서로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며 코를 맞대고 인사하며 서로의 냄새를 맡는다. 이곳의 날씨는 흐리고, 비바람이 부는 날도 많아서일까. 잠깐 아는 사람이라도 우연히 만나게 되면 날씨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시작해 무슨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그 자리에 서서 기나긴 이야기를 펼친다.

 

가끔은 산책 중 뜻밖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바다에서 강줄기를 따라 올라와 유유히 헤엄치는 물범을 만나기도 하고, 인기척을 꺼려해서 쉽게 볼 수 없는 파랑 물총새를 만나 또 다른 기쁨을 얻기도 한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는 다정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런 그들의 온기가 길 위에 녹아 있어서 좋고, 오랜 세월 동고동락해 온 아내와 반려견이 함께 그 길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나는 주말 아침이면 종종 그 길 주변의 이른 아침 풍경을 즐기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찾아간다. 그곳에는 조용히 흐르는 강과 큰 나무들로 우거진 숲이 제각각의 새소리와 함께 분주한 아침을 맞이한다. 큰 나무들로 빼곡한 숲의 모습이 궁금할 때는 그 길에서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가 본다. 혼자서 숲길을 다니기에는 약간의 공포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숲속의 모습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공포감은 사라진다. 특히 서리가 내렸거나 아침 안개가 낀 날에는 금방 사라져 버리는 안개 때문에 그곳으로 가기 위한 마음이 조급해진다.

 

멋진 풍경이 눈앞에 나타날 때는 잠시 그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이내 카메라 셔터를 바삐 움직인다. 나는 오랜 기다림 속에서 한 컷을 담아내기보다는 주로 그 길을 걸어가면서 좋은 풍경이 나타나는 그 순간을 카메라로 찍는다. 그래서 가끔은 그 순간을 놓치기도 하고, 카메라 설정을 잘못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이른 아침 짧은 시간이라도 대략 십 리 길을 걷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면 배가 고프다. 하지만 실컷 마신 신선한 아침 공기 덕분에 약간의 허기만 느껴질 뿐, 카메라에 담긴 사진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마음은 배부르기만 하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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