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서울의 동네들에 식상해졌다면 성수동으로 떠나자. 독특한 개성의 카페와 아직 때묻지 않은 동네 맛집, 그리고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수제화타운이 당신의 감성을 슬쩍 건드릴 것이다. 성수동에서의 하루. 에디터 박지영(프리랜서)

개성이 살아 숨쉬고 거리 특유의 분위기가 남다른 곳을 찾고 있던 사람들은 이제 성수동을 노크한다. 뉴욕 브루클린을 연상시키는 빈티지함과 소박한 가게들, 이제 막 태어난 아트 갤러리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휩쓸고 지나간다. 70년대 공업단지로 조성된 붉은 벽돌의 낡은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은 가죽 부자재나 자동차 정비소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투박함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동네가 되었다. 앤디앤뎁, 송지오 같은 정통파 패션 디자이너는 물론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 그리고 수제화타운을 중심으로 들어서는 크고 작은 매장들이 성수동을 특별하게 만든다. 뚝섬역 인근에 서울숲이 조성되면서 뉴욕 센트럴파크나 영국 하이드파크와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패션과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성수동으로 넘어오는 걸 보면 사람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다. 하루 여유롭게 성수동을 여행하면서 나만의 가방과 도자기도 만들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과 교감하며 감성지수를 한층 끌어올리면 어떨까. 또한 서울숲을 산책하며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보물을 발견한 듯한 골목 안 소박한 카페와 동네 맛집에서 미각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수제화타운에서 세상에 없는 슈즈와 만나고, 인더스트리얼 분위기 물씬 풍기는 카페에서 잠시 사색에 잠기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10 :30 갤러리 걷기




독특한 스타일의 전시
더페이지갤러리
강남에 있던 갤러리들이 천천히 성수동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 첫 주자는 바로 더페이지갤러리. 청담동에서 ‘디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주로 독일 작품을 소개한 더페이지갤러리는 지난 7월 성수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초현실주의, 코브라그룹 그리고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조형미술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등 독자적인 갤러리로 확대 중이다. 오픈전으로 진행한 <노 모어 아트(No More Art)> 전은 만지고 느낄 수 없었던 한국 근대미술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드라마 세트장과 같은 공간에 이상이 운영했던 제비다방, 이중섭의 1평짜리 제주집을 재현해 화제가 됐다. 또한 현대미술 공간에는 데미안 허스트와 백남준, 샘 프란시스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오는 10월 26일까지는 전기 영화감독이자 신표현주의 화가인 줄리언 슈나벨의 전시가 열린다. 1980년대 미국 뉴욕의 미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그는 깨진 접시들을 캔버스에 붙인 그림으로 유명하다.
주소 성동구 왕십리로 85 갤러리아포레 B2 전화 02-3447-0049
홈페이지 www.thepage-gallery.com


12 :30 뚝딱뚝딱 체험




편히 쉬어 가는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
2011년 혜화동에서 성수동으로 자리를 옮긴 아뜰리에 아키는 국내 작가들 중 혁신적인 작가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국제 전시 기획 및 컨설팅 전문 갤러리. 아키의 김은경 대표는 뉴욕 소호 거리를 연상시키는 성수동에서 다른 갤러리와 경쟁하는 곳이 아닌 아키만의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이곳으로 이전했다. 갤러리 밖을 나가면 바로 만나는 서울숲의 전경과 산업지대 특유의 성수동 분위기가 아키의 개성을 돋보이게 한다. 9월 16일부터 10월 31일까지 동화 같은 이미지와 상상적 내러티브를 함축한 작품을 선보여온 강예신의 개인전 <홀가분>이 전시되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관람을 계획한다면 아키가 답이다.
주소 성동구 왕십리로 85 갤러리아포레 1F 전화 02-464-7710
홈페이지 www.atelieraki.com


나만의 가죽 작품 만들기 빈카
뚝섬역 근처 경마장 파출소를 중심으로 한 이 동네에는 소소한 공방들이 자리하고 있다. 가죽공예공방인 빈카(Vinca)는 성수동의 한 주택가에 둥지를 틀었다. 한때 스노보드 강사로 활동했던 오희라 대표는 지난해 3월 집에서 가깝고 가죽 부자재도 구하기 쉬운 이곳에 공방을 열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주문 제작으로 일했던 것이 입소문이 나 작업량이 많아져 규모가 있는 작업실이 필요하게 되어 공방을 열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과 가죽 공예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체험교실도 열어 가방반, 소품반 등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강의도 하고 있다. 가방에서부터 액세서리, 지갑, 목걸이 등 다양한 아이템을 배울 수 있으니 노크해볼 것.
주소 성동구 서울숲2길 45-1, 1F 빈카 전화 010-9757-5765
홈페이지 blog.naver.com/ssasehn


13 :00 미식 타임



성수2동 터줏대감 골목길다방
지난해 6월 가장 먼저 성수2동에 문을 연 골목길다방은 갈비집이 늘어선 골목 어귀에 자리하고 있다. 내부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규모이지만 공간마다 다른 인테리어로 구성해 눈이 즐겁다. 다방이라는 이름 때문에 행여 맛을 걱정한다면 주인장이 직접 담근 레몬티와 자몽 레몬티, 귤차와 대추차 등 정성 가득한 메뉴를 접해보라. 이곳을 아지트 삼고 싶어질 것이다. 정돈되지 않은 성수동의 투박함과 닮아 있는 이곳에서 잠시 골목 풍경에 빠져보자.
주소 성동구 서울숲4길 28 전화 070-8969-4321


지나가다 크림 맥주 한잔 쁘렌디
골목길을 걷다가 진한 블루빛 외관에 잠시 눈을 빼앗기는 곳, 쁘렌디는 성수2동에서 ‘소박한 펍’을 담당하고 있다. 이탈리어어로 ‘먹고 마시다’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크림 맥주와 음료를 판매한다. 가게 내부에는 그리스 산토리니의 풍경이 담긴 벽화가 크게 그려져 있다. 거리 여행에 살짝 지쳤을 때 크림 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주소 성동구 성수동1가 668-127 전화 02-2214-0845


혼자 먹어도 어색하지 않아 뚝떡
‘뚝섬에 있는 떡’이라는 이름의 뚝떡은 얼핏 분식집 같지 않은 외관을 지니고 있다. 캠핑용 의자와 자전거 그리고 빈티지한 디자인은 펍을 연상시킨다. 10평 남짓한 공간이 비좁디비좁지만 1인용 도시락을 주문하면 살뜰하게 포장도 해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달콤한 첫맛과 매콤함이 적당히 어우러진 뚝떡이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 유부 주머니와 부산 오뎅을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 내오는  오뎅과 함께하면 맵지 않고 속도 든든하다. 납작한 만두에 사장님 특제 양념 소스를 묻혀 먹는 양만튀는 맥주 안주로도 그만이다.
주소 성동구 서울숲6길 22-1 전화 070-7795-7209




진짜 엄마손 버거 앨리버거
성수동에서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앨리버거는 두툼한 패티와 더불어 훈남 스태프들의 환대를 받을 수 있어 성수 미각 여행의 필수 코스 중 하나. 유명 스노보드 선수였던 이용호 사장은 선수 시절 미국 원정 때 맛본 버거의 맛을 잊지 못해 앨리버거를 만들었다. 매일매일 엄마에게 패티를 만들어달라고 졸라 지금 앨리버거의 맛을 완성했다. 육즙 가득한 패티와 맛있게 녹아내리는 치즈, 사각거리는 양파는 씹을 때마다 버거의 풍미를 더한다. 벌써 뚝섬유원지에 2호점을 연 앨리버거는 순항 중이다.
주소 성동구 왕십리로 107-1 전화 070-7572-4345


착한 갈비 상차림 대성갈비
뚝섬역 에스콰이아 뒷골목에는 갈비 맛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저마다 1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갈비집들 중에서 대성갈비는 같은 장소에서 엄마와 딸이 함께 14년째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양념게장과 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가 밑반찬인지 주메뉴인지 아리송할 정도의 양으로 밥상을 차지하고 돼지갈비, 삼겹살이 1인분에 9000원으로 배고픈 직장인들과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저녁에는 골목 입구까지 길게 늘어서는 회식 손님들 덕에 미리 예약하는 것이 필수.
주소 성동구 서울숲4길 27 전화 02-464-3012


뉴욕으로 공간 이동! 러스티드 아이언 인 덤보
러스티드 아이언 인 덤보의 고성용 대표는 황량한 공장 지대와 멀리 보이는 강남의 빌딩 숲에서 뉴욕 브루클린과 비슷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브루클린 브리지에서 직접 공수한 작품들을 전시하며 이곳을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덤보 지역 분위기와 덤보 아티스트들의 작품들로 가득하다. 신문 형태의 메뉴판에는 카페에 전시되어 있는 예술작품들에 대한 소개글이 게재되어 있어 뉴욕의 한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자체 브랜딩한 원두를 사용한 커피와 더불어 특제 와플 그리고 토르티야 피자는 이곳의 특제 아이템이다.
주소 성동구 왕십리로14길 30-1 전화 070-7529-9598 홈페이지 www.rusted-iron.com



15 :30 서울숲 산책



녹색으로 안구 정화 서울숲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심 속 녹지대, 서울숲은 원래 유원지가 있던 자리를 서울시가 재개발해 만든 120여 헥타르 규모의 숲이다. 가을이면 온통 컬러를 바꾸는 숲 모습에 매료되고, 곤충온실에서 눈앞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풍경에 마음이 설렌다. 사슴공원에 꽃사슴을 바로 눈앞에서 만나고 먹이 주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서울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하는 서울숲에서 도심의 또 다른 낭만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2호선 뚝섬역에서 내려 5분만 걸으면 녹색 세상이 펼쳐진다.
주소 성동구 왕십리로11길 9 홈페이지 www.seoul.go.kr


17 :30 수제화타운 걷기

남자친구에게 소개하고픈 숍 드림핸드메이드
1960년도부터 구두만을 만들어온 유홍식 명장이 운영하는 드림핸드메이드는 ‘세상에 단 한 켤레밖에 없는 구두’를 만들어왔다. ‘서울시 수제화 명장’이라는 명예의 주인공으로 오십 평생 구두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그에게 내 남자친구의 슈즈를 맡기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생긴다.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비비드한 컬러의 조합은 한번 보면 소유욕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인터넷 구매도 가능하지만 정확한 사이즈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직접 매장을 찾는 것이 좋다.
주소 성동구 성수이로 70 전화 02-467-8197


내공으로 똘똘 뭉친 수제화 브랜드 칠성제화
성수역 3번 출구 수제화타운 입구에 자리한 칠성제화는 공장지대 특유의 투박한 철제 외관이 눈에 띈다. 특히 ‘Chilsung 1947’이라는 로고는 이곳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엄마 아빠 세대가 상견례,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만 신는 구두를 만드는
곳으로 알려진 칠성제화는 성수 수제화타운에 본점을 두고 젊은 세대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소가죽을 사용해 내 발을 편하게, 더욱 돋보이게 해줄 신발 하나 장만하고 싶을 때 찾는 곳이다.
주소 성동구 성수이로7길 27 전화 02-461-8425


19 :30 카페에서 휴식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카페 에스프레소룸
채광이 잘 되는 통유리 벽면과 배관이 노출된 구조의 천장에 핀 조명으로 포인트를 살린 현대적인 실내 분위기는 성수동 주변 거리와 어울린다. 지난해 겨울 문을 연 에스프레소룸은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고급 리테일 숍의 인테리어를 10년 넘게 경험한 주인의 손맛이 가득 묻어나는 카페. 버치우드 원목의 메인 컬러와 스칸디나비안 빈티지 스타일의 절제된 가구들은 고급스럽지만 부담 없는 모던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유연한 공간 구성도 눈에 띈다. 벽면에 이동 가능한 도어를 설치해 공간을 분리해 사용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은 세미나, 포럼 등의 행사를 규모에 맞게 진행할 수 있다. 브런치 카페답게 간단한 샌드위치와 파니니부터 파스타, 피자 등 다양한 메뉴를 갖췄다.
주소 성동구 성수이로 69 전화 02-462-6780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카페 자그마치
간판만 보고 외국 이름인 줄 알았지만 순수 우리말 ‘자그마치’를 영어식으로 풀어낸 카페 zagmatch. 직접 조명을 만들어볼 수 있는 조명 공방과 라이브러리, 카페가 결합된 이곳은 조명 디자이너인 정강화 교수의 주도하에 지난 3월 탄생했다. 널찍한 공간인 만큼 자그마치는 다양하게 활용된다. 조명 카페답게 조명 디자인에 대한 워크숍도 열리고 조명 라이브러리도 갖추고 있어 일반인들에게 조명 및 인테리어에 대한 상담을 해준다. 또한 프라이빗한 파티뿐만 아니라 촬영, 컨퍼런스, 아트마켓 등으로 변신한다. 특히 이태원 글래머러스 펭귄에서 공수한 케이크를 맛보지 않으면 서운하다.
주소 성동구 성수이로 88 남정빌딩 1층 전화 070-4409-7700